기술 자격증이 밥 먹여준다… 50대 '인생 2막'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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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한국폴리텍대 서울정수캠퍼스 실습실에서는 시끄러운 드릴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용접 불꽃이 튀고 있었다. 황토색 작업복을 입은 50~60대 남성 12명이 보안경을 낀 채 구리 배관을 만드는 데 한창이었다. 배관은 냉장고나 실외기 등 냉방 설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이들은 냉방 설비를 다루는 기술자에게 주는 국가 자격증인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시험을 준비 중인 중장년 학생들이다. 고용부 산하의 폴리텍대는 이처럼 40세 이상 미취업자에게 기계, 전기 등 분야에서 3·6개월의 ‘신중년 특화 과정’ 직업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전국 캠퍼스에서 7500명이 이 같은 직업 교육을 받는다. 특히 50대의 참여가 2022년 38.9%에서 2023년 40.5%, 2024년 48.6%로 꾸준히 늘고 있다.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불황 속 실제 퇴직 연령은 50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특히 도소매업, 건설업, 제조업 등 중장년이 주로 종사하던 업종의 고용이 급감하면서, 이들은 구조 조정 대상 1순위로 밀려났다. 1년 넘게 50대 고용률이 하락 중인 가운데 954만명의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술 관련 자격을 취득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 퇴직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폴리텍대 실습실에서 만난 이성수(61)씨는 건설 회사에서 23년간 일하다가 양쪽 눈에 백내장이 생겨 퇴직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40대 이후엔 사무 업무만 했는데 퇴직하고 나니 손에 남은 게 없었다”며 “퇴직 후 기술 하나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농수산물 경매사로 24년간 일하다 퇴직했다는 한의종(56)씨도 “나이 들어서는 직장 다니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며 “앞으로 날씨가 더워질수록 일감이 늘어날 것 같아 공조 냉동 분야를 택했다”고 했다.
최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50대에게 추천하는 5대 자격’을 발표했는데, 공조냉동기계기능사의 취업률이 63.9%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도 공조냉동기계산업기사, 승강기기능사, 에너지관리기능사, 전기기능사가 꼽혔다. 실제로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자격을 딴 사람 중 50대 비율은 20.2%(2023년 기준)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60대 이상(17.5%)으로 20·30대보다 장년층 비율이 더 높았다. 이 자격증 보유자의 평균 제시 임금은 월 272만원. 직업능력연구원의 추천 자격 목록에 포함된 승강기기능사는 246만원, 에너지관리기능사 266만원, 전기기능사 263만원 등이었다.
서울 중구에 사는 김도현(53)씨는 작년 상반기 폴리텍대에서 공조냉동기계기능사·산업기사, 에너지관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씨는 이런 기술을 인정받아 작년 9월부터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건물에서 일하고 있다. 냉방 장비 등 시설 전반을 관리하며 월급 350만원(세전)을 받고 있는 그는 “중년 퇴직자들에게는 이런 교육과정이 인생 2막을 열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정부도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부터 ‘중장년 경력 지원제’를 시작했다. 퇴직한 사무직 등의 중장년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도록 1~3개월간 기업에서 단기 인턴 같은 경험을 하면서 현장 직무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하루 4시간씩 주 5일 근무하는 참여자에게 월 150만원씩 수당을 지급한다. 프로그램 운영 기업에도 1인당 월 40만원을 지원한다. 경북 구미에 사는 신모(58)씨는 구미역 상가에서 25년간 시설 관리 업무를 하다 용역 업체 변경으로 지난해 일자리를 잃었다. 신씨는 경북중장년내일센터에서 직무 교육 등을 받은 뒤 최근 ‘50대 인턴’이 됐다.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에는 자격증 공부를 병행 중이다. “집에 학생이 셋이라 계속 벌어야 한다”는 그는 “공조냉동, 에너지관리, 전기기능사 자격증까지 땄기 때문에 곧 재취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기사출처 : 조선일보, 정해민 기자,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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